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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Ida)》 영화의 중심 내용, 주인공, 시네마적 미학

by 영화영화 2025. 7. 23.

《이다 (Ida)》는 파벨 파블리코브스키(Paweł Pawlikowski) 감독이 연출한 2013년 폴란드 영화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흑백 화면과 정적인 미장센, 그리고 종교적·역사적 맥락이 결합된 서사는 관객에게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1960년대 초 폴란드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주인공 이다의 여정은 개인의 정체성, 신앙, 죄와 구원, 그리고 역사의 상처를 탐구하는 철학적 드라마로 확장된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주제, 인물의 내적 여정, 그리고 시네마적 미학을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이다 영화 포스터 이미지

 

영화의 중심 내용

영화의 시작은 한 수도원에서의 일상으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 이다는 수도승으로서의 서원을 앞둔 청년 수녀다. 고요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던 그녀는 원장으로부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그녀는 부모가 살아있지 않으며, 자신에게는 아직 만나지 못한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이다를 낯선 여정으로 이끈다.

이다는 자신의 숙모 완다를 만나기 위해 수도원을 떠난다. 완다는 과거 공산당 검찰관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친족 관계의 확인을 넘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의 충돌을 드러낸다. 이다는 순수한 신앙 속에서 살아왔고, 완다는 냉혹한 현실을 경험하며 살아남은 사람이다.

여정이 진행되면서 이다는 자신이 유대인 혈통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부모는 나치 점령기 동안 살해당했으며, 그 이유는 바로 유대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단순히 과거를 밝히는 차원을 넘어, 이다의 존재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평생을 가톨릭 수녀로 살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이 영화에서 ‘여정’은 단순한 공간적 이동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 역사적 진실을 찾아가는 내적 여정이다. 관객은 이다와 함께, 신앙과 혈통, 개인과 역사 사이의 복잡한 관계망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이다의 침묵과 응시는 그 자체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신앙은 피할 수 없는 역사 앞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주인공

《이다》는 두 여성 인물의 대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다는 청순하고 침묵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종교적 신념 속에서 세속을 외면하며 살아왔지만, 여정 속에서 세속의 유혹과 현실의 잔혹함을 경험하게 된다. 반대로 완다는 세속의 세계에 깊이 발을 담근 인물이다. 공산 정권의 권력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재판에 넘기며 살아왔지만, 지금은 술과 담배, 육체적 쾌락 속에서 허무를 달래는 삶을 살고 있다.

완다는 냉소적이고 직설적이다. 그녀는 이다에게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수도원의 벽 안에서 무엇을 믿는 것이냐’라고 묻는다. 이는 이다에게 깊은 혼란을 준다. 이다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한다. 완다는 자신이 저지른 죄와 잔혹한 시대의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그 무게는 그녀의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완다의 죽음은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녀의 추락은 단순한 개인의 파멸이 아니라, 시대가 남긴 상처와 죄책감의 상징이다.

반면, 이다는 완다의 죽음을 통해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녀는 잠시 세속의 삶을 체험한다. 남자와 함께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수도원의 울타리 밖의 세계를 경험한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선택이 과연 진정한 신앙의 귀환인지, 아니면 삶의 다른 가능성을 포기한 체념인지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이 모호함이 바로 영화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이다. ‘우리는 역사와 운명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다. 대사는 절제되어 있고, 카메라는 인물의 표정과 몸짓을 오래 응시한다. 이다의 침묵은 단순한 무언이 아니라, 깊은 내적 고민과 갈등을 담고 있다. 관객은 이 침묵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의 뿌리와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시네마적 미학

《이다》는 그 미학적 완성도로도 높이 평가받는다. 영화는 4:3의 화면비와 흑백 촬영을 선택함으로써, 과거의 시간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흑백 화면은 현실의 색채를 제거하고, 사건과 인물의 본질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는 영화가 단순한 서사 전달을 넘어, 시청각적 명상으로 기능하게 하는 핵심 장치다.

카메라는 정적인 구도를 선호한다. 인물들은 종종 화면의 하단에 배치되고, 넓은 여백이 상단을 차지한다. 이 독특한 구도는 인물이 세계 앞에서 얼마나 작고 무력한 존재인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수도원의 차가운 벽, 황량한 겨울 들판, 텅 빈 도로 등은 인간의 고독과 역사적 비극의 공기를 증폭시킨다.

영화는 롱테이크를 활용해 시간을 늘리고, 관객에게 사유의 여백을 제공한다. 빠른 편집이나 자극적인 음악 대신, 정적이고 절제된 리듬이 영화를 지배한다. 사운드 또한 최소화되어 있다. 음악은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며, 침묵과 자연의 소리가 영화의 주요 음향 요소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장면 속에 머물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다가 수도원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담은 카메라는, 인물의 표정과 발걸음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그녀의 얼굴에는 결단과 체념,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공존한다. 영화는 이 순간에도 어떤 해답도 주지 않는다. 대신 관객에게 질문을 남긴다. ‘과연 그녀는 자유로운가, 아니면 운명의 포로인가?’

결론적으로, 《이다》는 신앙과 역사, 정체성과 선택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흑백의 미학과 절제된 연출을 통해 강렬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서사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자신의 뿌리와 신앙, 그리고 시대적 운명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관객의 마음속에서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