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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영화의 중심 사건, 주제, 후반부의 서사

by 영화영화 2025. 7. 14.

《마가렛(Margaret)》은 케네스 로너건(Kenneth Lonergan) 감독이 연출하고, 안나 패퀸(Anna Paquin)이 주연을 맡은 2011년 개봉작으로, 한 고등학생이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그 책임을 느끼며 겪는 내적 갈등과 도덕적 성장, 사회적 복잡성을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는 단순한 성장영화나 법정드라마의 형태를 넘어서며, 뉴욕이라는 도시의 혼란과 개인의 심리를 교차시키는 서사 구조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영화의 제작 과정부터 공개까지 수년이 걸렸고, 최종적으로 감독판과 극장판으로 나뉘어 공개되었을 만큼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예술성과 서사적 깊이 덕분에 이후 평단에서 재평가된 영화입니다.

 

마가렛 영화의 포스터 이미지

중심 사건

《마가렛》의 중심에는 주인공 리사 코헨(Lisa Cohen)이 있습니다. 그녀는 뉴욕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어느 날 버스 운전사의 부주의로 한 여성이 사망하는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그녀는 사고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로 인해 깊은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리사는 처음에는 경찰에게 운전사가 실수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을 왜곡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내면을 갉아먹기 시작합니다. 리사는 이후 피해자의 친구와 연락하며 운전사를 법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만, 점차 그녀의 ‘정의감’은 혼란과 분노, 자아의 불안정성으로 바뀌어 갑니다. 학교에서도 교사들과 충돌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삐걱거리며 그녀는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황합니다. 리사의 이러한 심리는 단순히 ‘죄책감’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도덕적 옳고 그름이라는 흑백의 프레임을 넘어서, 인간의 감정과 선택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리사가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변호사, 피해자의 친구, 버스 회사 관계자, 가족 등 다양한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진실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복잡한지를 드러냅니다. 리사는 정의를 추구한다고 믿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의 행동은 종종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그녀가 상처받은 사람들임에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휘몰아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리사를 단순히 ‘선한 피해자’나 ‘정의로운 시민’으로 볼 수 없게 만들며, 현실 세계의 복잡성과 모호함을 더욱 사실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리사의 감정은 종종 과장되고, 언어는 날카로우며, 그녀는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녀의 분노는 단지 버스 운전사나 시스템에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세계 전체를 향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마가렛》은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라, 한 인간이 진실과 도덕, 감정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지를 정교하게 묘사한 심리 드라마입니다.

영화의 주제 

케네스 로너건 감독은 이미 《유 캔 카운트 온 미》와 이후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등을 통해 섬세한 인간 내면 묘사에 능한 연출가로 인정받았는데, 《마가렛》은 그가 이룬 가장 실험적이고 과감한 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통상적인 이야기 전개를 따르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비선형적으로 흐르며, 주인공의 감정 상태에 따라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거나 무거운 정적 속에 정체되기도 합니다. 카메라는 자주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지 않고, 도시의 풍경이나 군중 속 인물을 배경으로 활용하며, 리사의 외로움과 단절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와 같은 연출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단지 배경이 아니라, ‘혼란과 감정의 확장판’으로 기능하게 만들며, 마치 도시 전체가 리사의 불안정한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거대한 미장센처럼 작용합니다. 음악의 활용도 주목할 만합니다.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은 장면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용도로 삽입되며, 특히 리사가 어머니와 함께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의 응축과 해방이 극대화됩니다. 이러한 예술적 요소는 영화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며, 리사의 정체성 혼란과 감정적 격동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감독은 리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주변 인물들의 대화, 가족 간의 갈등, 학교 수업에서의 철학적 토론 등 다양한 층위의 서사를 병렬적으로 배치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리사의 시점에 몰입하는 동시에, 그녀를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중적인 시점은 영화의 도덕적 모호함을 강조하며, 특정 인물에 대한 절대적인 감정 이입보다는 다층적인 이해를 요구합니다. 영화의 제작 과정 또한 작품의 혼란스러움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2005년에 촬영된 이 작품은 후반 작업과 편집 문제로 인해 2011년에야 개봉할 수 있었고, 감독판은 3시간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이는 로너건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한 인물 안에 담고 싶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며,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의 깊이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

후반부의 서사

영화의 후반부는 리사가 마침내 감정의 폭발점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진 것도, 법적으로 명쾌한 해결이 이뤄진 것도 아니지만, 리사는 어느 정도 자신의 감정과 타협하게 됩니다. 이 결말은 명확한 카타르시스 대신, 감정의 파편이 흩어진 상태로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오페라 극장에서의 모녀 간 포옹은 영화 전반의 정서를 응축한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리사가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마침내 안도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관객은 리사가 단순히 사고의 죄책감뿐 아니라, 성장과 관계, 존재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눈물은 단순한 감정 해소가 아니라, 소통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자, 자기 감정에 대한 인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가렛’이라는 영화 제목은 작품 내내 언급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제라드 맨리 홉킨스의 시에서 따온 것으로, 그 시에서 마가렛은 잎이 지는 것을 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소녀로 등장합니다. 이는 곧 리사의 캐릭터와 겹쳐지며, 그녀의 성장기와 도덕적 충돌, 감정적 혼란을 상징하는 은유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리사는 결국 세상의 잔인함과 무력함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감당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어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습니다. 《마가렛》은 이야기 구조상 명확한 해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해답 대신 감정의 경험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교통사고 이후’라는 소재에 머물지 않고, 그 사건이 한 사람의 내면에서 얼마나 깊고 복합적인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치열하게 탐구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쉽게 소비되는 영화가 아니라, 수차례 곱씹고 다시 봐야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결국 《마가렛》은 ‘진실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감정과 도덕을 이해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를 섬세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감정의 모호함과 인간의 복잡성을 담은 이 영화는,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주는 진정한 심리 드라마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