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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콰치 선셋 영화의 연출 방식, 은유법, 논란과 평가

by 영화영화 2025. 7. 2.

《사스콰치 선셋(Sasquatch Sunset)》은 2024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전 세계 영화제와 예술영화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2025년 정식 개봉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주목을 받아온 독립영화입니다. 미국의 오지 숲을 배경으로 ‘사스콰치(Sasquatch)’로 알려진 전설적 미확인 생명체, 이른바 ‘빅풋’ 가족의 일 년간 여정을 다룬 이 영화는 대사 없이 전개되는 전위적 형식, 유인원과 인간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존재들의 감정과 본능을 담은 연출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제시 아이젠버그(Jesse Eisenberg), 라일리 코프(Riley Keough) 등이 사스콰치 분장을 하고 실제 숲에서 생활하며 촬영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와 실험극, 그리고 무언극의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영화 체험을 선사합니다. 이 글에서는 《사스콰치 선셋》의 연출 방식, 인간 존재에 대한 은유, 그리고 논란과 평가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스콰치 선셋 영화 포스터 이미지

 

연출 방식: 무언극으로 그려낸 야생의 삶

《사스콰치 선셋》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사가 전혀 없는 영화라는 점입니다. 90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등장인물인 사스콰치 가족은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신체적 표현, 울음소리, 포효, 그리고 미묘한 눈빛과 움직임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와 같은 연출은 현대 상업영화에서 매우 드문 방식으로, 극도의 몰입감과 동시에 관객에게 상당한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영화는 4마리의 사스콰치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아버지’, ‘어머니’, ‘자식’, 그리고 ‘젊은 수컷’으로 구성된 이 가족은 북미의 울창한 숲 속에서 계절의 흐름에 따라 살아갑니다. 그들은 나무에 오르고, 냇물을 마시고, 때로는 동물의 사체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배설물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깁니다. 이 장면들은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불쾌할 정도로 리얼리즘에 기초해 있는데, 이는 동물적 본능을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관객의 불편함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경계를 지우고, ‘문명’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인가를 묻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사스콰치들은 옷을 입지도, 도구를 사용하지도 않지만, 가족 간의 감정 표현과 생존 전략, 성욕, 죽음에 대한 슬픔 등 고등생물로서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문명이 없어도 감정은 존재하며, 그 감정이 때로는 더 본질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합니다. 영화는 16mm 필름으로 촬영되었으며, 촬영감독은 숲 속의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여 실제 다큐멘터리 같은 시각적 질감을 구현했습니다. 흔들리는 나뭇잎, 비에 젖은 이끼, 사스콰치의 젖은 털 하나까지도 정교하게 포착되며,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자연의 소리와 생물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 결과, 영화는 언어 없이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더 나아가 문명이 없어도 존재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철학적 도전을 성공적으로 완성해냅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은유

《사스콰치 선셋》은 사스콰치라는 허구적 존재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은유적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사스콰치들은 마치 원시시대 인간처럼 보이며, 영화는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이 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집니다. 사스콰치들은 먹고, 자고, 짝짓기하고, 서로 싸우며, 때로는 협력합니다. 이들의 일상은 인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문명화된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규범, 언어, 도구, 법률 등의 부재 속에서 그 행동은 더욱 원형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짝짓기 장면이나 죽음을 다루는 장면에서는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과 연결되는 슬픔, 질투, 보호 본능 등이 드러나며, 그들의 ‘인간성’은 관객의 상상 속에서 더욱 구체화됩니다. 예컨대, 영화 중반에 한 사스콰치가 포식자에게 공격당해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나머지 가족들이 그 사체를 안고 오랫동안 울부짖고, 그 주변을 맴도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 장면은 어떤 장례 의식보다도 더 큰 슬픔과 공동체 감정을 보여주며, 감정의 기원은 언어가 아니라 ‘공감’이라는 점을 암시합니다. 이 영화의 철학은 다윈주의나 생물학적 해석을 넘어서, 인간이라는 종의 정체성 자체를 해체하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스콰치는 전설 속 존재이지만,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은 ‘만약 인간이 언어와 문명을 거부하고 숲 속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실험적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 상상은 결국 ‘우리는 왜 문명을 만들었는가’, ‘문명은 진화의 결과인가, 일탈인가’라는 더 넓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영화 속 사스콰치들은 철저히 성별화된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이를 통해 성 역할, 가족의 구성, 생식과 양육 등 다양한 사회적 구조에 대한 질문도 제기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언어 없이 전개된다는 것이며, 시각과 감정, 동작만으로도 복합적인 사회 구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스콰치 선셋》은 시청각 영화의 한계를 시험하는 매우 도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논란과 평가

《사스콰치 선셋》은 개봉과 동시에 평단과 관객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전위적 걸작’이라고 극찬하며, 언어와 스토리텔링을 배제한 채로 감정과 철학을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용감하고 독창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인디와이어》, 《버라이어티》, 《로튼토마토》 등 주요 영화 매체들은 "올해 가장 기괴하지만 가장 순수한 영화"라고 소개하며, 기존 영화 언어의 해체 실험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반면,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루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사가 없고, 명확한 줄거리도 없으며, 인물의 심리 변화 역시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의 해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부 장면에서 배설, 성행위, 동물 해체 등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면서 불쾌감을 느낀 관객들도 있어, 상영 이후 일부 영화관에서는 연령 제한을 두거나 경고 문구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조차도 영화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의 일부로 작용합니다. 예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언어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 감정과 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꼭 대사와 플롯이어야 하는가? 《사스콰치 선셋》은 이러한 질문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난 ‘경험’ 중심의 영화를 시도합니다. 특히 주연 배우들의 연기 투혼은 많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제시 아이젠버그와 라일리 코프는 특수 분장을 한 채로 실제 숲에서 한 달 넘게 야생동물처럼 생활하며 촬영을 진행했으며, 전문 동물 행동학자와 협력하여 유인원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고 재현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연기는 ‘인간 연기’를 넘어서, ‘종(種)의 감정’을 연기하는 새로운 차원의 연기력으로 평가받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스콰치 선셋》은 관객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닌, 원초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질문을 던지는 실험적 예술 영화입니다. 불편함과 감동, 당혹감과 경탄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우리가 영화에 기대하는 것 자체를 다시 정의하게 만듭니다. 만약 당신이 영화가 반드시 서사와 대사, 클라이맥스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은 가장 낯선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술의 본질이 ‘경계의 확장’이라고 믿는다면, 《사스콰치 선셋》은 그 어느 해보다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