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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갓 영화의 리얼리즘, 폭력의 순환, 중심 인물의 선택

by 영화영화 2025. 7. 16.

페르난두 메이렐레스와 카티아 룬드가 공동 연출한 영화 《시티 오브 갓》(City of God, 2002)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강렬한 범죄 드라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지는 슬럼 지역 '시다지 지우 지스(시티 오브 갓)'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적 사실성과 시네마틱한 연출로 엮어낸 이 영화는, 세계 영화계에 브라질의 사회 현실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실제 비전문 배우들이 참여한 이 작품은 극적인 연출과 긴박한 편집, 그리고 사회 고발적 메시지로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으며,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글에서는 이 영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리얼리즘과 형식', '폭력의 순환구조', '청년의 선택과 탈출'이라는 세 가지 소제목으로 분석한다.

 

시티 오브 갓 영화의 이미지

거칠지만 생생한 리얼리즘

《시티 오브 갓》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현실감’이다. 영화는 픽션이지만 실제 일어난 사건과 인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리우데자네이루 교외의 빈민가 ‘시다지 지우 지스’에서 벌어진 마약 전쟁과 청소년 범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를 위해 감독은 실제 빈민가 출신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했고, 이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전문 배우 못지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생생한 대사와 몸짓, 그리고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라기보다는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카메라 워크와 편집 또한 리얼리즘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된 다이내믹한 장면들은 관객이 마치 그 공간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영화의 오프닝 장면에서 닭 한 마리가 도망치며 시작되는 추격 장면은 빠른 컷 편집과 빠른 템포의 음악이 결합되어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방식은 영화 전반에 걸쳐 유지되며, 특히 총격전이나 마약 거래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또한 영화는 시간적 구조에서도 독특한 방식을 채택한다. 단선적인 이야기 진행이 아닌, 다양한 인물의 시점을 따라 비선형적 내러티브로 구성되며,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교차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등장인물 각각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그들의 선택이 어떻게 연결되어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리얼리즘은 영화의 목적이 단순한 ‘범죄 영화’를 넘어 사회 고발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 브라질 빈민가의 삶, 구조적 불평등, 국가의 무관심 등이 영화의 배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은 단지 범죄가 아닌, 그 배경에 놓인 시스템과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끝없는 폭력의 순환

《시티 오브 갓》은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가난한 어린아이로 시작하여, 생존을 위해 범죄에 손을 대고, 어느 순간 폭력의 주체가 되어버린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릴 제(Li’l Zé)’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폭력과 살인을 당연한 수단으로 받아들이며, 결국 성인이 되어서는 시다지 지우 지스의 마약과 폭력 세계를 지배하는 무자비한 갱단 우두머리가 된다.

릴 제의 삶은 단지 개인적인 타락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그를 어떻게 괴물로 만들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애초에 기회조차 없는 환경에서 태어났으며, 교육, 복지, 보호 등 어떤 것도 누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인정받는 수단으로 ‘총’을 선택했다. 이러한 배경은 단지 영화 속 캐릭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속 브라질 빈민가의 수많은 청소년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또한 폭력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릴 제가 지배하던 갱단은 새로운 인물 ‘녹스’를 비롯한 어린아이 갱들에 의해 다시 도전받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어린이들이 다시 새로운 폭력의 시작을 예고하는 대목은, 이 비극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섬뜩한 감정을 남기며, 구조적 폭력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한 다음 세대 역시 그 비극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전달한다.

폭력은 영화 속에서 단순한 스토리 전개 장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며, ‘폭력에 의한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를 철저히 보여주는 기제로 기능한다. 이는 단순히 범죄 영화가 아닌, 사회 정치적 함의가 깊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심 인물의 선택

영화의 화자이자 중심 인물인 '로켓(Rocket)'은 이 지옥 같은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카메라에 흥미를 느끼고, 사진작가가 되어 시티 오브 갓의 현실을 기록하겠다는 꿈을 품는다. 영화 속 로켓은 단 한 번도 범죄 조직에 몸담지 않고, 스스로 다른 길을 선택하려 노력하는 ‘희망의 상징’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의 선택 또한 쉽지 않다. 영화 내내 그는 마약 거래와 총격전 사이를 피해 다니며, 친구와 가족이 폭력에 희생되는 장면들을 지켜본다. 이 과정에서 그 역시 총을 들고 싶은 유혹, 보복하고 싶은 감정에 휘둘릴 뻔하지만, 끝내 그는 카메라를 선택한다. 이는 예술 혹은 기록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점을 상징하며, 비극 속에서도 최소한의 희망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로켓이 실제 언론사에 입사해 릴 제의 몰락 장면을 사진으로 보도하고, 이로 인해 명성을 얻게 되는 결말은 개인의 선택이 사회적 구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영화는 이러한 탈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극히 일부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일 수 있다는 점도 암시한다. 로켓은 살아남았지만, 수많은 다른 로켓들은 그렇게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곳에 남게 되기 때문이다.

《시티 오브 갓》은 로켓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지는 것’의 힘을 말한다. 사진은 진실을 기록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현실을 드러낸다. 실제로 영화는 이 작품이 개봉된 이후 브라질 사회 내에서도 시다지 지우 지스와 유사한 지역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즉, 로켓의 선택은 단지 영화 속 장치가 아닌, 영화 자체의 존재 이유와도 연결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 빈민가의 삶을 냉정하면서도 인간적으로 조명한 걸작이다. 거칠지만 정교한 형식, 현실을 고발하는 폭력의 묘사, 그리고 탈출을 꿈꾸는 청년의 시선을 통해 이 영화는 단지 범죄 영화가 아닌, 사회적 선언이자 예술적 기록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