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개봉한 영화 <타부(Tabu)>는 미겔 고메스(Miguel Gomes) 감독의 작품으로, 흑백 화면과 두 개의 상반된 파트로 구성된 독창적인 서사 구조를 가진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넘어 기억, 시간, 상실, 그리고 식민지 역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예술적으로 풀어내며, 현대 영화 예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본 글에서는 <타부>의 줄거리와 영화적 특징, 그리고 작품이 전달하는 상징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타부(2012)의 줄거리와 두 부분으로 나뉜 서사
<타부>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천국 잃어버린 낙원", 두 번째는 "천국"입니다. 첫 번째 파트는 현대 리스본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관객은 중년 여성 필라(Pilar), 이웃집 노년 여성 아우로라(Aurora), 그리고 아우로라의 하녀 산타(Santa)의 이야기를 접합니다. 필라는 신앙심이 깊고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가지만, 내면적으로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아우로라는 도박에 중독되어 있고, 자신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든 과거의 그림자에 시달립니다. 이 파트는 일상적이면서도 미묘한 긴장감으로 진행되며, 아우로라가 병원에 입원한 후 필라에게 한 남자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이 남자가 바로 그녀의 과거 연인이었던 지안카를로 벤투라입니다. 아우로라가 세상을 떠난 후, 벤투라는 필라와 산타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며 영화는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갑니다. 두 번째 파트 "천국"에서는 아우로라의 젊은 시절로 돌아갑니다. 배경은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한 지역입니다. 아우로라는 당시 결혼한 상태였지만, 벤투라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비극적입니다. 그들의 사랑은 결국 폭력과 죽음으로 이어지며, 이 낙원의 기억은 금지된 사랑과 파괴를 상징하는 서사로 완성됩니다. 이처럼 <타부>의 서사 구조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기억과 현실, 사랑과 죄책감이라는 주제를 관객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선 예술적 깊이를 부여하며, 미겔 고메스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영화적 특징: 흑백 영상, 무성 파트, 그리고 미장센
<타부>는 무엇보다 영화적 실험정신이 강한 작품입니다. 첫째, 영화는 전체가 흑백으로 촬영되었으며, 특히 두 번째 파트에서는 사운드를 최소화하고 대사를 제거한 채 내레이션과 음악으로만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는 고전 무성 영화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도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이 이미지와 소리에 더 집중하게 하고,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청각적으로 극대화하는 효과를 줍니다. 둘째, 카메라 워크와 프레이밍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정적인 구도와 긴 호흡의 롱테이크가 주를 이루어 현실적이고 담담한 톤을 강조합니다. 반면 두 번째 파트에서는 이국적 풍경과 인물의 클로즈업을 통해 열정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아프리카 자연의 풍경과 인물의 얼굴을 교차시키는 촬영은, 사랑과 폭력, 낭만과 파국이라는 양극단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셋째,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은 상징적 의미를 강화합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일상적인 소리가 강조되며, 현대 도시의 공허함과 인물의 외로움을 드러냅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대사가 없지만, 내레이션과 배경 음악이 극을 이끌어가며, 오히려 침묵이 주는 긴장감과 정서적 울림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타부>를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서 예술 영화의 경지로 끌어올린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미겔 고메스의 유머 감각입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비극적이지만, 곳곳에 아이러니와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스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라의 소소한 일상이나 주변 인물들의 대화는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며, 감독의 독창적인 시선을 느끼게 합니다.
타부(2012)가 던지는 메시지와 의미
<타부>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와 기억, 역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영화는 기억과 시간의 불가역성을 탐구합니다. 아우로라의 과거 이야기는 한 남자의 회상을 통해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관객은 기억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완전한지 체감합니다. 이는 과거가 결코 완전하게 재현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이 기억에 의존해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둘째, 영화는 식민주의의 그림자를 은근히 드러냅니다. 두 번째 파트에서 그려지는 아프리카의 풍경과 포르투갈인들의 삶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권력과 불평등의 맥락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지만, 낙원의 이면에 폭력과 착취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사하며, 금지된 사랑의 비극을 식민지적 현실과 겹쳐 놓습니다. 셋째, 영화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합니다. <타부> 속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파괴적입니다. 그것은 열정과 도덕, 욕망과 죄책감 사이의 갈등을 내포하며, 결국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힘을 가진 감정으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묘사는 사랑을 이상화하지 않고, 그 복잡성과 파멸적 가능성을 사실적으로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타부>는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을 탐색합니다. 고메스는 고전 영화의 형식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시네마가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그 결과, <타부>는 단순히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영화사적 대화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결론적으로, <타부(2012)>는 서사적 실험과 미학적 완성도를 갖춘 걸작으로, 사랑과 기억, 역사라는 보편적 주제를 독창적으로 탐구합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하면서도, 시네마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일깨워 줍니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타부>는 반드시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