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하나 그리고 둘 영화의 등장인물, 이야기 전개, 국내외 반응

by 영화영화 2025. 7. 9.

《하나 그리고 둘》(Yi Yi)은 2000년 대만 출신 감독 에드워드 양(Edward Yang)의 마지막 장편 영화로, 현대 도시의 삶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사려 깊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제목 'Yi Yi'는 중국어로 '하나 하나', 즉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뜻이며, 동시에 숫자 '1,1', 즉 '둘'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의 핵심 주제, 삶의 다층성과 인간 각각의 시선을 상징하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하나 그리고 둘》은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중산층 가족의 일상을 다루며, 가족 구성원 각자가 겪는 내면적 변화와 삶의 깨달음을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게 포착합니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극찬받았고,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수차례 선정된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하나 그리고 둘 영화의 등장인물, 이야기 전개, 국내외 반응을 중심으로 포스팅하겠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 영화 포스터 이미지

등장인물 – 조용하지만 강렬한 시선의 인물들

영화의 중심은 타이베이에 사는 중산층 가정인 ‘젠 가족’입니다. 가장인 NJ 젠(우니엔)은 책임감 있는 남편이자 회사원으로, 가족과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합니다. 그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인물로, 겉으로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깊은 허무감과 회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NJ는 젊은 시절의 연인이었던 시레이와 우연히 재회하면서, 과거의 미련과 현재의 삶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겪게 됩니다. 그의 아내 민민(엘레인 진)은 가족 내에서의 정서적 연결이 점점 약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불안을 느낍니다. 그녀는 치매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며, 가족 구성원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삶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 그녀는 어머니가 쓰러진 이후 정신적 붕괴를 겪으며 절에서 수양 생활을 하겠다고 떠납니다. 이로써 가족은 그녀 없는 시간 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관계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NJ와 민민의 딸 팅팅(켈리 리)은 10대 소녀로, 사춘기의 감정 혼란과 첫사랑의 경험을 겪고 있습니다. 그녀는 친구의 남자친구와 감정적으로 얽히며, 양심과 욕망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팅팅의 시선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순수함과 동시에, 아직 미성숙한 판단력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며, 영화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어린 아들 양양(조나단 창)은 영화의 철학적 메시지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말수가 적고 조용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으며 “사람들은 앞모습은 보지만, 뒷모습은 보지 않잖아요”라고 말합니다. 이는 인간 관계의 단면만을 보는 사회의 한계를 꼬집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아 나서는 영화 전체의 방향성을 대변하는 장면입니다. 이 외에도 NJ의 직장 동료, 파산 위기의 회사, 새로운 투자자 오우에(일본 배우 이사오 하시자카), 옛 연인 시레이(슈잔느 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 각자의 이야기가 조용히 교차하면서 도시적 삶의 다층적 단면을 구성합니다.

이야기 전개 – 일상의 연속 속에서 찾아낸 삶의 진실

《하나 그리고 둘》은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영화는 약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젠 가족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구성입니다. 이 영화는 사건보다는 ‘관찰’을 중시하며, 인물들의 일상 속 대화, 고민, 선택을 통해 삶의 진실에 접근합니다. 영화는 외할머니의 쓰러짐으로 시작됩니다. 이 사건은 가족 구성원 모두의 삶에 균열을 일으키며, 각자의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촉매제로 작용합니다. 민민은 죄책감과 무력감에 빠져 절에 들어가고, NJ는 사업적 딜레마와 개인적 회고에 직면합니다. 그는 일본에서 만난 사업 파트너 오우에와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동시에 옛 연인 시레이와의 재회는 그에게 과거의 선택에 대한 회한을 안겨줍니다. 팅팅은 가족이 임시로 돌보는 이웃집 할머니의 손자와 가까워지며 첫사랑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그 관계는 일방적이었고, 친구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녀는 어머니처럼 무기력함에 빠지지만, 어머니가 돌아온 후 서로의 눈물을 통해 조금씩 성장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청소년기 감정의 혼란과 성장통을 진솔하게 그려냅니다. 양양은 어린아이지만,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며 존재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말수가 적고 어른들의 대화에 끼지 않지만, 누구보다 깊은 관찰자 역할을 하며, 관객의 감정적 대리자이자 감독의 메시지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이처럼 《하나 그리고 둘》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을 통해 삶의 복잡함을 드러냅니다. 이 영화의 미학은 바로 ‘소리 없이 깊은 울림’에 있으며, 관객은 마치 그 가족의 한 사람처럼 그들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영화는 결국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국내외 반응 – 예술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인정받다

《하나 그리고 둘》은 2000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찬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심사위원장 루시 베송은 이 영화에 대해 “가장 인간적인 영화 중 하나”라고 언급했으며, 많은 비평가들은 에드워드 양을 ‘동양의 잉마르 베리만’이라 부르며 그의 섬세한 연출과 철학적 깊이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영화가 도시 중산층 가족의 일상을 다뤘다는 점에서, 특정 문화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삶의 본질을 포착한 놀라운 걸작”이라며 별 4개 만점을 부여했고, 뉴욕타임즈는 이 영화를 “한 세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장 위대한 가족 영화”로 평가했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은 21세기 들어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BFI가 뽑은 영화사 100선' 등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알려졌지만,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봐야 할 아시아 영화’로 손꼽히며 꾸준한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감독들, 예컨대 홍상수, 이창동, 박찬욱 등은 이 영화를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지표 중 하나로 언급하며, 에드워드 양의 정제된 미학과 관조적 시선을 존경한다고 밝혔습니다. 관객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기도 했습니다. 빠른 전개와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던 일부 관객들은 영화의 느린 호흡과 섬세한 전개에 지루함을 느꼈지만, 감정의 디테일과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공감한 관객들은 이 영화가 “인생 영화”라고 극찬했습니다. 특히 각 인물의 시선을 존중하며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녹여냈다는 점에서, 세대를 넘어서는 울림을 지닌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영화는 또한 현대 대만 사회의 문화적, 경제적 변화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도시화 속에서 상실되어가는 인간 관계와 소통의 부재에 대한 은유로 읽힙니다. 이에 따라 《하나 그리고 둘》은 단순한 가족 영화가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탐구를 담은 보편적 예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